선교편지
기니비사우 이인응 선교사 기도편지[2009.4.20]
2009-04-21 11:36:17
권민영
조회수 693








저희는 기니비사우를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세네갈 다카르에 올라와 있습니다.
기니비사우만 벗어나도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일상적인 문화혜택조차도 누리기 힘든 기니비사우를 벗어나니 막힌 숨통이 확 터일 듯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것 하나 조차도, 기니비사우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요원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저희도 기니비사우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모든 달콤한 일상적인 혜택 같은 것은 아예 잊어버리거나 체념해야한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나이 탓인지) 힘든 환경가운데 지칠 때면 ‘언제까지 이런 지역에서 계속 사역을 붙들어야하나?’ 하는 불평에 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 주님께 받은 절대적 소명을 접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낙심되는 여러 가지 외적인 조건 속에서도 정말 복음사역을 통해서 얻어지는 무한한 기쁨과 가능성마저 우리 가운데 없다고 한다면 아마 벌써 짐을 싸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 동안 몇 달간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들이 그렇지 않아도 육신적으로 지쳐있던 저희들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지난 1월경에는 이제 어느 정도 까맣게 잊어버린 사건 하나가 느닷없이 저희들 앞으로 다시 다가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6년 전, 저희는 모슬렘들과 선교센터의 땅 문제로 갈등을 겪은 바 있었습니다.
저희 선교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모슬렘 구청장이 모슬렘프로젝트를 세우기 위해 장관, 시청고위관료 등 공권력과 결탁해서 저희 센터부지 2만평(7헥타르)가운데 상당부분을 강제로 침탈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트랙터를 앞세운 공권력의 물리적인 힘도 저희 교인들의 강경한 대응 앞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에 여러 명의 괴한들이 한밤에 저희 집에 들이닥쳤습니다. 저희를 노린 것이지요.
그때 마침 저희가 잠시 기니비사우를 떠나 있던 상황이라 화를 모면할 수가 있었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그들은 집안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벽과 책상 위에다 저희를 협박하는 온갖 살벌한 문구들을 남기고 갔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희는 이 사건을 법정에다 호소하게 되었고, 법적으로 당연히 승소했으며, 판결문에는 ‘어느 누구도 선교센터부지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명시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안심하고, 이일에 대해 거의 잊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그 교활한 구청장이 이제는 모슬렘학교 건축을 위한 설계도면을 가지고 다시 저희 선교센터에 나타났습니다.
마침 저희도 기초를 끝내고 이제 막 본격적으로 학교건축에 들어가려는 참이었습니다.
저희들이 우려했던 부분은 그들이 법의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다시 땅을 차지하려고 할 때는 어떤 비호세력을 등에 업고 있음이 분명하고, 그리고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저희는 섬뜩한 생각에 사로잡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내내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선교사인 우리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어렵고 위험천만한 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희 현지교회 케바 목사님과 교회리더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저희 대신 전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케바 목사님이 수차례 개별적으로 비사우시장을 면담한 결과 일단 전체적으로 담을 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교센터부지의 담을 두르는 일은 전체 길이가 무려 1,2km에 이르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따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전체적으로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중요한 위치에 있는 700m길이 정도의 담장 공사부터 먼저 착수키로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구청장이 지역회의 석상에서 모슬렘학교 건립을 위해 무단으로 저희 센터 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했으나, 결국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또한 그 동안 소상하게 불법적인 정보를 구청장에게 제공하던 시청 고위관료도 다른 일로 면직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안도할만한 상태가 되긴 했지만 옛말에 ‘호사다마’라고 하던가요, 오래 꿈꾸며 기도해오던 학교건립을 앞둔 시점에서 그것을 방해하려는 악한 세력의 도전 역시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어찌되었던 앞으로 주변 세력들이 다시는 땅 문제에 엉뚱한 개입을 하지 않도록 하루속히 전체적으로 담을 쌓아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속히 선교센터의 담이 완성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니비사우의 정치적 갈등과 시련
그리고 지난 3월, 기니비사우에서는 정치적으로 또 하나의 커다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 동안 기니비사우는 98년 내전 이후로 크고 작은 정치적 불안과 시련들이 계속 연이어져 왔습니다만, 이번 사건은 더 한층 이 나라 국민들을 깊은 충격 속에 빠뜨린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비에이라 대통령은 98년 내전 때 국민들의 지지기반을 잃고 반군에 밀려 포르투갈로 망명길에 올랐으나, 수년전 다시 돌아와 극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함으로 재차 대통령권좌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마약밀매 연계설로 인해 대통령과 군부세력인 군참모장 간에 보이지 않는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무장괴한들에 의해 대통령관저가 공격을 당하자 대통령과 군참모장간의 반목적인 관계가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인 지난 3월 1일 밤, 결국 군참모장이 폭탄공격에 의해 피살되자 수 시간 후에 군부의 보복공격으로 대통령마저 암살당하는 처참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처럼 악순환이 거듭되는 불행한 이 나라의 정치적 현실을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이 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참다운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곳 기니비사우의 현실은 마치 희망 없이 표류하는 배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위기국면이 이제 표면상 어느 정도 진정되긴 했지만, 앞으로 전개될 이 나라의 정치적 상황 역시도 경제적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그리 순탄치만은 않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기니비사우가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딛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되어갈 수 있도록 배후에서 지속적으로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학교를 통한 교육사역의 비전
학교건축은 예기치 않은 이런저런 사건으로 다소 지체되기는 했지만 주님의 은혜가운데 외형적인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에 시작된 건축인 만큼, 사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심적인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변수가 잦은 이곳의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그때그때 차질 없이 건축을 진행시켜야하는 것도 항상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드는 일이지만, 또한 전 세계적인 경제여파로 인한 환율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의 재정적 손실을 감당해야하는 것 역시도 속이 쓰릴 만큼 저희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여러 우여곡절의 상황을 헤치고 이제 비교적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7월 우기철전까지는 외부공사가 대충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우기 철이 시작되는 7월부터는 사실상 공사를 진행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점차 학교건축이 외형적인 모습을 드러내자 그 동안 땅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주위 모슬렘들의 태도와 시선들도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러 지역 모슬렘 원로들이 찾아와 지역발전을 위해 애쓴다는 호의적인 말로 위로해주고 가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학교가 완성되기까지 헤쳐가야 할 여러 가지 난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 일을 시작케 하신 주님께서 분명 끝까지 은혜롭게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가 내년 9월에 정상적으로 오픈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교육사역을 통해 희망 없는 이 나라를 변화시키는 신실하고 유능한 크리스천 꿈나무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계속적인 기도의 조력을 부탁드립니다.
활성적인 교회사역들
교회사역들은 나름대로 쉴 사이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밀리따르 교회는 넘쳐나는 교인들로 주일예배 때마다 몸살을 앓고 있으며, 예배당의 수용한계 때문에 많은 인원들이 바깥에 서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교회적으로도 새 성전 건축을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밀리따르 교회는 토착교회로서의 자립적 기반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우기철에는 주일학교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 까지 전 교인이 동원되어 모래를 채취하는 힘든 노역을 감당했습니다.
기니비사우는 해안을 끼고 있지만 대부분 갯벌이라 모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건축을 위한 모래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 선교센터 땅은 넓어 우기철에 비에 쓸려 내려오는 모래들이 많습니다.
지난해는 엄청나게 비가 내렸고, 그래서 그만큼 쓸려내려 온 모래의 양도 대단했습니다.
이것을 전 교인이 합심해서 우기철 내내 모았고, 여기에 따른 수입이 현지교회 재정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회는 이번에 자신들의 합심에 따른 결과가 이처럼 주님 사역을 위해 큰 동력자원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아울러 밀리따르 교회는 지난 년 말에 비사우에서 20km정도 떨어진 제리케 마을에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고 평신도사역자인 발데 형제를 파송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일주일간 브라질 등지에서 온 여러 명의 외부강사들을 모시고 전국 교회들을 대상으로 한 옥외 선교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큰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모든 교인들이 각자 책임 맡은 자리에서 조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 어떤 일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강건해진 토착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아프리카 사역은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가 생각해 봅니다.
사실 저희들은 지금까지 그런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해 왔고, 앞으로도 이 척박한 아프리카 땅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작업은 여전히 계속될 것입니다.
좀처럼 건강문제의 심각성을 느껴보지 않던 저도 올해 들어서는 신체적으로 좀 고전을 했습니다.
이제 나도 별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끝없는 사역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변함없이 걸어간다는 것은 솔직히 너무나 벅차고 어렵습니다.
다가갈수록 사역의 이상은 더욱 앞서 멀어지고, 잡힐 듯해도 결코 잘 잡히지 않습니다.
아마 언제까지라도......
그래서 미련하게 더욱 앞을 향해 걸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풍성한 은혜가 사랑하는 여러 동역자님들의 섬기시는 교회와, 가정과, 생업 위에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2009. 4 - 이 인응, 순환 선교사 드림.
<기도제목>
1) 학교건축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내년 9월에 차질 없이 오픈될 수 있도록.
2) 선교센터 담장공사가 잘 이루어져 다시는 땅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3) 현지교회들이 자립적인 토착교회로 아름답게 잘 성장해갈 수 있도록.
4) 기니비사우가 하루 속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5)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 휴신이의 진로가 잘 준비되고, 또 저희 가족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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