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포Band
교회 사역(부서, 목장, 선교회 등)과 개인 활동, QT, 독서 등을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입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
어렸을 떄, 그의 일곱 식구는
아버니의 얇은 월급봉투로 근근이 살아갔다.
낙천적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는데, 약간 벗겨진 머리를 감추러고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들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편이었다. 입에는 항상 옥으로 만든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
그 파이프는 송(宋)나라
떄부터 전해 내려온 가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몹시 좋아해 ‘애장품 1호’로 꼽았다. “밥을 구걸하더라도 파이프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아버지는 장남인 그에게 엄하셨지만 무조건
화를 내거나 혼내신 적은 없었다.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 책상에 놓여 있던
서류를 뜯어 종이비행기를 접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더니 몇 마디 혼내고는 “나가놀라”고 했을 뿐이었다. 아들 떄문에
서류의 중요한 부분을 잃고 화가 났지만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최고의 성적으로 명문인 베이징대학에
합격했다. 합격통지서를 받아든 아버지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울다가 웃다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보세요, 우리 아이가 베이징대학에
합격했어요!”
이웃들은 축하 인사를 건넸고,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기쁨도 잠시였다. 입학
등록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학비 문제가 가족을 괴롭혔다.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싶었다. 자신 때문에 모든 식구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라리 돈을 벌어 집에 보태는 것이 낮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외출했던 아버지가 집에 돌아 오더니 빗방울을 털지도 않은 채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돈 뭉치를 꺼냈다.
집안 형편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아빠, 이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오셨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몹시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그… 그건 신경 쓸 것 없다. 넌
대학에 가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그는 기쁨과 놀라움에 들떠 아버지 얼굴과
돈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불현듯 놀라 소리쳤다.
“아빠! 아빠
파이프는요?”
대대손손 내려온 보물
파이프가, 그토록 애지중지해 한시도 떼어놓지 않던 옥 파이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눈치 챈
것이다.
아버지는 어색하게 씩 웃더니 그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그까짓 파이프가 워
대수냐?”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원하던 회사에 취직을 했다.
다시 20년이 흘렀다. 그는
회사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아버지는 이제 노인이 되어 있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어느
날, 그는 승용차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버지의 여든 번째 생일이었다. 방 안에서 아버지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애비 생일날 맏이인 네가
늦다니…. 자, 이리 와서 벌주 세 잔을 받아라.”
그를 반기며 아버지는 유쾌한 듯
소리쳤다. 그는 아버지를 꼭 껴안아 드리며 귀에 속삭였다.
“생신
축하드려요.”
그는 붉은 포장지로 싼 선물을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선물은 부피가 꽤 컸다. 라면 상자 크기였다.
“올해는 또 무슨
선물이냐?”
아버지가 상자를 귀 가까이에 대고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직접 뜯어보세요. 별것
아니에요.”
아버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잠시 쳐다보더니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포장지를 벗기니 다른 색깔의 포장지가 나타났다. 그것을 풀어내자 또 다른 포장지가
있었다.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다.
어린 아이들이 선물을 주고받을 떄 흔히
하는 장난이었다. 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녀석은 아직도 어리광 피울 줄만
안다니까.”
포장지를 열한 개 뜯고 나자 비로소
상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상자를 여니까 또 상자가 나타났다.
아버지가 한 방 맞았다는 듯 어꺠를
으쓱했다. 그러자 실내에 다시 폭소가 터젔다.
좀전처럼 뚜껑을 열 떄마다 새로운 상자가
나타났다. 여덟 개의 상자를 열고 나서야 그 속에서 빨간색으로 포장된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라면 상자만큼 컸던 포장이 어른
손바닥 크기의 상자로 줄어들었다.
“이 녀석, 포장 뜯다가 늙어 죽겠구나.
네가 아직도 일곱 살 장난꾸러기인 줄 아느냐?”
“저야 아버지께 항상 장난꾸러기죠,
뭐.”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니까지 손을 닦으며 선물을 구경하러 다가왔다.
아버지는 마지막 포장지를 뜯고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그는 흥분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아버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선물을 확인한 순간, 아버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그는 보았다. 아버지 특유의 웃음이 싹
사라졌다.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를 꼭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버지의 눈꼬리에 걸려있던 눈물이 주름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마치 아버지가
보내온 고난의 세월처럼
하염없이 이어졌다.
모두가
당황해했다.
‘도대체 무슨 선물이기에 저이가 저렇게
놀라는 걸까?
어머지가 고개를 빼고 보다가
대경실색했다.
‘어머나, 이럴 수가! 이…이건 당신
파이프 아니에요?’
그는 아버지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이 파이프를 15년 동안 찾아다녔어요.
전국에 있는 골동품 상들을 이 잡듯이 뒤졌거든요. 이번에야 겨우 찾아넸어요. 이제 아버지께 돌려 드릴게요. 너무 늦게 돌려드려서 죄송할
뿐입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를 꼭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는 아버지의 눈 끝에 눈물이 어리는 것을
보았다.
기억 속의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분이었다. 항상 낙천적으로 웃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일곱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마음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옛날에 아버지가 직장 상사를 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가 아버지의 서류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을 즈음이었다.
그 상사는 아버지보다 한참 젊어
보였다. 아버지는 그 젊은 상사의 환심을 사려고 무척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젊은 상사가 거만한 투로 이야기할 때마다 아버지는 “네,
네” 하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젊은 상사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았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젊은 상사를 집으로 초대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잔뜩 술에 취한
상사가 아버지를 이렇게 꾸짖었던 것이다.
“애를 많이 낳았으면 간수를 잘하든가.
중요한 서류를 망쳐서 일이 잘못됐으니 대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아버지는 한마디 변명도 못한 채 용서를
구할 뿐이었다. 그떄는 아버지가 불쌍했고, 무능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멍하니 파이프를 들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는 아무리 슬프고 원통한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던 거야. 왜냐하면…아버지니까. 아버지는 결코 식구들 앞에서 울면 안 되니까.’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응시했다. 아버지의 눈꼬리에 걸려 있던 눈물이 주름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마치 아버지가 보내온 고난의 세월처럼 하염없이
이어졌다.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를 따라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의 아버지는 땅으로
돌아갔다.
파이프는 그가 물려받았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가보인 그 옥 파이프를 입에 물고 산다. 그 파이프는 그에게 아버지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보물1호’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물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물건은
지난 삶의 뚜렷한 증거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보물’이
되는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버리지 못합니다.
물건을 보면 추억이 되살아나고, 그 추억이 현재를 밝게 비춥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 하나쯤을 소중히 간직해보세요.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등록일 | 조회수 | 첨부 파일 |
|---|---|---|---|---|---|
| 공지 | 작은도서관 도서목록(2023.6.18현재) 2 | 이미광 | 2023-06-18 | 1232 | |
| 공지 | 하늘정원 [도서관 이용] 및 [도서신청] 안내 1 | 김선화 | 2022-06-03 | 884 | |
| 공지 | 가포Band 어플 설치 및 사진 올리는 방법 | 이창우 | 2022-05-29 | 956 |
댓글